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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벤시스 기고] PLC의 한계, PC의 또다른 시작점

  • 202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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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화 시장에서 PC와 PLC는 전문가들에 의해 종종 비교대상이 되곤 한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이 더 우월하다’가 아닌 각자가 지향하는 방향과 강점이 다르다는 것에 이른다. 다시 말해 각기 유리한 분야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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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산업 자동화에 따른 모션 제어 Trend

 한때 자동화 시장의 혁신은 PLC라는 하드웨어의 등장이 중심이었다. 1960년대 말, 릴레이 배전반의 복잡한 배선을 단일 제어기로 통합해 로직을 구현한 PLC는 모든 면에서 혁신을 불러 일으켰다. 직관적인 래더 프로그램(Ladder Logic)을 기반으로 전용 로더를 통해 프로그램 적용/변경을 수행함으로써 배선작업이라는 복잡한 작업을 획기적으로 단순화시켰다. 이후 PLC는 진화를 거듭하며, 제어 범위를 점차 넓혀왔다.

 한편 동시대 또는 그 이전 컴퓨터의 경우, 말 그대로 연산처리(Computing)가 주 역할이었다. 즉, 기업의 상업적 의사결정의 수단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1970년대에 등장한 PC(Personal Computer)라는 개념은 데이터를 연산하고 저장해야 하는 수많은 분야에 적용되며 빠르게 확산되었다. 이렇게 PC는 IT(Information Technology), PLC는 OT(Operation Technology)라는 전혀 다른 분야의 다른 목적으로 출발하게 된 것이다.

 60년대 말 처음 선보인 PLC는 Relay 제어반을 대체하는 말초적인 On/Off 제어에 입력과 출력의 논리 조합, 그리고 Timer/Counter 등을 조합하는 형태였을 것으로 보여 진다. 마이크로프로세서, 전력소자 등의 기술 발전에 힘입어 PLC는 아날로그 신호처리에서 통신, 온도제어, 모션제어 등으로 제어 범위를 넓혀 왔다. PLC 기술 트랜드를 들여다보면 소프트웨어적으로나 하드웨어적으로 지난 60년간 적지 않은 발전이 있어 왔다. 래더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ST(Structured Text), SFC(Sequential Function Chart), FB(Function Block)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 및 네트워크, 정밀한 모션제어까지, 현재 PLC의 제어 형태나 범위는 과거와 비교하면 꽤나 광범위하게 변했다. 이러한 PLC의 기술 발전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많은 부분에서 IT 기술을 채용한 것을 볼 수 있다. User Defined Data Type, Instance, Class, Array, Alias 등 과거에는 PLC 사용자에게 다소 낯설게 느껴지던 용어들이 이제는 자연스럽게 스며들었으며, Web Server, VNC, Remote Access와 같은 IT 영역의 기능이 PLC에도 적용되고 있다. 오늘날, PLC에 IT 기술이 필수 불가결한 존재라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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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하드웨어 기반 모션컨트롤과 소프트웨어 기반 모션컨트롤 시스템의 구조적 비교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PLC 제조사들은 탄탄한 설치 기반과 충성도 높은 사용자를 바탕으로 보수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해왔다. 그러나 직접 개발한 네트워크나 프로그램 방식 등으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성능을 높이고 효율적인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개선하는 등의 활동이 IT와 같이 개방적인 것이 아닌 Vendor의 제약에 구속된 환경이기 때문이다. 즉, PLC 제조사가 자체적으로 해결하거나 개발해야 하는 것보다 IT 기술을 채택하는 것이 비용이나 시간적인 측면에서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Ethernet 기반의 필드버스(Fieldbus) 기술이다. 자연스럽게 IT 기술 발전에 편승하여 성능 확보를 할 수 있고, 더불어 Future proof한 기술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PLC는 점점 PC와 유사해지고 있다. 객체지향 프로그램 방식, 일부 정주기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C 언어를 지원하는 모듈, MES와 DB 간의 직접 통신 기능, 심지어 PLC에 PC 모듈을 탑재하는 시도까지, 여러 면에서 비슷해지거나 통합시키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안정성을 가장 큰 무기로 하는 black box 같은 하드웨어를 빼곤 말이다. 이제는 PLC를 단순히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라고 부르는 것은 그 기능과 범위를 설명하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최근에는 자동화 시스템 전체를 아우른다는 의미에서 PAC(Programmable Automation Controller)라는 용어가 사용되기도 한다.

 아무튼 PLC는 점점 높은 성능과 많은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것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충분히 많은 데이터를 핸들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시간 데이터를 누적하고 분석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다. 최근 들어 설비단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있고 이를 위해 PC 사용 역시 증가하고 있다. 물론 4차 산업혁명에 의해 과속화 되고 있는 부분도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공장의 설비들은 PLC와 PC가 상호 연동하며 공존하는 모습이 일반적이다. 말그대로 제어는 PLC가, 데이터 관리는 PC가 맡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산업군에서는 PC가 대용량 데이터 처리뿐만 아니라 PLC와 다를 것 없이 설비 제어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설비를 꼽을 수 있으나, 전체 자동화 시장을 보면 PC 제어 시장은 PLC에 비해 점유하고 있는 비율이 매우 작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안정성을 기반으로 수 십년간 자동화에 최적화된 PLC에 비해 자동화에서 비교적 짧은 역사와 높은 진입장벽(PLC 엔지니어 입장에서), 안정성(또는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에 대한 의구심과 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는 ‘PC 또한 설비를 제어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PLC가 제어 범위를 확장해온 것처럼 PC 역시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적용 범위를 확장해 왔다는 것이다. Soft PLC, Soft Motion 등과 같이, 과거 PLC에 의해 행해지는 것들이 PC에서도 구현 가능하거나 오히려 뛰어난 경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것들이 가능하거나 가속화되는 배경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PC CPU의 성능 향상, Fieldbus Coverage의 확대(Remote I/O에서 Motion까지), IPC의 안정성 확보, RTOS(Real Time Operating System) 등을 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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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PLC, PC, PAC 제어 방식의 주요 차이점 비교

 이렇게 PLC와 PC가 서로의 경계를 넘어 각자의 전문분야로 확장하여 꽤나 많은 부분의 교집합이 존재하는 시대이다. 이러한 내용은 사용자 입장에서 느끼기는 힘들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실제 현장에선 두 기술이 직접 경쟁하거나, 양쪽을 모두 비교해 선택하는 장비 업체나 양쪽 전부를 아우를 수 있는 엔지니어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PC와 PLC, 각자의 전문 분야가 존재하며, 산업의 특성이나 과거의 관성, 그리고 굳어진 주변 인프라(Supply chain, 인적/물적 자원 등)로 인해 기존 방식 그대로 유지하거나 그 안에서 개선하려는 경향이 여전히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경쟁 상대로 시장에서 대립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서로의 교집합은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가까운 미래에는 교집합 안에서 PC와 PLC라는 구분에서 벗어나 궁극적으로 사용자가 다양한 IT기술을 폭넓게 수용할 수 있고 사용자의 집약된 기술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녹여 넣고 사용자의 기술을 보호하여 사용자에게 시장 경쟁력을 제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